충남동부보훈지청 지청장 채순희

▲ 채순희 충남동부보훈지청장
[ 시티저널 이명우 기자 ] 얼마 전 대학병원 원무과에 다니는 아드님을 두신 여사님을 만났다. 그분 하시는 말씀이 몸이 아프면 아들이 병원까지는 모시고 가는데 병원 문앞에만 가면 ‘어머니도 이제부터는 남과 똑같이 순서를 기다려서 진료를 받으셔야 한다’며 남과 똑같이 취급하더라며 ‘참 재미없는 세상이 되었다’고 하셨다. 전엔 아들 덕분에 다른 사람보다 빨리 진료를 받았는데 ‘김영란 법’ 때문에 이제는 소용없다는 것이다. 여사님 말씀대로 재미없는 세상이 된 걸까?

‘김영란법’으로 약칭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는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 보장과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를 천명하고 있다. 이를 위의 사례에 적용하면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은 누구나 그 병원에 근무하는 아들이 있든 없든 공평한 진료기회를 보장받게 하려는 것이다. 이는 공무가 집행되는 모든 분야에 대한 공평한 기회 보장이며 이를 통해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평소 국가자긍심 형성 요인에 관심이 있는 필자는 한국사회에 대한 신뢰가 국가자긍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해본 적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사회에 대한 신뢰가 높은 사람은 국가자긍심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한국사회에 대한 신뢰 측정 항목은 ‘정부와 사회지도층에 대한 신뢰’, ‘누구나 노력하면 계층상승할 수 있다는 제도에 대한 신뢰’, ‘서로 믿고 살 수 있다는 사회구성원에 대한 신뢰’이며, 국가자긍심 측정 항목은 ‘민주주의 성숙도’와 ‘국제무대에서의 정치적 위상’이었다. 자료는 한국사회과학자료원의 한국인의 정체성 조사(2010년)에 관한 설문조사자료로써 전국 성인 남녀 332명의 응답결과를 통계프로그램(Spss18, Amos20)을 활용하여 분석했다.

한편, 고전에서도 ‘신뢰’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를 물으니 ‘생계대책을 충분하게 해주고 나라의 방위대책을 충분히 하면 백성이 그를 신뢰할 것이다.’라고 했다. 자공이 다시 묻기를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면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을 포기해야 합니까?’ 하니 공자가 말하기를 ‘방위대책을 포기’ 하고, 또 ‘상황이 어쩔 수 없다면 생계대책을 포기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기 마련이다. 그러나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는 존립할 수 없다’라고 했다. 공자의 이 말은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나라 존립의 가장 중요한 근간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흔히들, ‘김영란 법’을 ‘3․5․10’의 문제로 논란을 삼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이 목적하는 핵심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보장되는 청렴한 공직사회 구현에 있고, 이를 통해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아침 ‘오늘은 11월의 반부패 청렴데이입니다’라고 국가보훈처 감사담당관실에서 발신한 문자가 핸드폰을 울리고 있다. 바라건대 공직사회에 청렴한 기풍이 도도한 강처럼 흐르고, 태산같은 신뢰가 우리 사회의 굳건한 버팀목이 되어 누구나 한국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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