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지사, 18일 도청서 유럽 2개국 한국학 전공학생 접견

[ 시티저널 이명우 기자 ] 안희정 충남지사가 과도한 중앙집권적 체제를 대한민국의 가장 큰 폐해라고 지적하고 헌법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가 지방자치분권 국가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지사는 18일 도청 상황실에서 유럽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과 만나 한국사회가 처한 현실과 문제점,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접견은 독일과 체코 등 유럽 2개국 3개 대학 한국학 전공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유럽 차세대 한국전문가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 안 지사는 한국에서의 중앙 정치와 지방 정치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중앙과 지방 정치무대에서 정치인이 받는 수압이 다르다”면서 과도한 중앙집권적 체제를 한국사회의 가장 큰 폐해로 꼽았다.

안 지사는 “단편적으로 최저임금제라고 하는 이슈에 대해서 미국만 하더라도 연방정부가 일괄적으로 결정하는 일이 없다. 반면 우리는 중앙 정부가 이를 일괄적으로 정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지방정부가 경제정책, 조세, 금융, 교육 등 여러 면에서 독자성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 지사는 “과도한 중앙집권화로 인해 중앙 정부의 책임자인 대통령이 받는 압력이 과도하고, 이것이 한국의 대통령이 말년에 가서 불행해지는 이유로 작용한다. 압력을 버틸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 지역적 독자성을 갖출 수 없는 중앙집권적 체제의 한계가 영남·호남·충청 등 지역성에 기반한 한국 정치 지형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 지사는 “지금의 한국은 중앙정부라는 본사에서 똑같이 빵을 떼어다 지방정부라는 제과점에서 전자레인지에 빵을 데워주는 역할 밖에 없다. 사실상 지방정부의 책임자로서 대부분의 역할을 지방정부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 외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중앙 집권체제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이 지방자치분권 국가임을 천명하고 외교, 국방을 제외한 나머지는 지방정부에 권한을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중앙집권화와 시민의 기본권 보장은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분권국가로 가는 것은 민주주의 진전에 꼭 필요한 일”이라며 “내년 한국에서 개헌이 논의된다면 지방자치분권 국가로 확실히 못 박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접견에서는 안 지사의 개인적인 성향을 묻는 격의 없는 질문도 있었다.

안 지사는 철학을 전공한 것이 개인의 인격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지를 묻는 질문에 “늘 사람들이 저더러 진지하다고 한다”면서 “진지하다고 하는 단어가 가진 긍정적인 측면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안 지사는 “진지한 사람들은 대부분 성실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청하는 것은 끊임없이 진실을 탐구하고자 하는 철학자의 자세”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는 한국학을 전공하는 외국 학생들에게 “숲 안에 들어앉은 사람을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며 “밖에서 우리가 스스로 보지 못하는 부분을 잘 관찰해서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는 좋은 교훈을 전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연수에 참여한 학생들은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과 보쿰대학 학부 및 대학원, 체코 프라하 찰스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로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국내에 머물며 전통문화 체험, 기관방문 등에 참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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