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전국서 복원에 매진…시대 흐름 따라 전면 복원 지양 추세

▲ 대전 서구 월평동에 있는 월평동 산성의 성벽은 거의 붕괴됐지만 성을 쌓은 흔적이 뚜렷하게 남았다. 산 능선을 따라 축조한 성벽은 자연석을 이용해 쌓았고, 서벽의 일부에는 바깥벽·안벽이 남아있다.

[ 시티저널 허송빈 기자 ] 2. 복원인가, 재현인가?

산성이 대전에만 많은 것은 아니다.

국가 지정 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한 산성만도 전국에 약 100개가 있고, 그 밖에 각 지방 자치 단체에서 지정한 산성도 수백여개나 있다.

좁은 국토에 이처럼 많은 산성이 있었다는 것은 대내외적인 부침이 많았음을 증명한다.

한동안 각 지자체에서 문화재로 지정한 산성의 복원(復元)에 열중했던 때가 있었다.

특히 사적으로 지정한 산성은 막대한 금액이 소요되는 복원 비용 확보를 위해 국가 문화재로 지정한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복원에 매진했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많은 산성들이 탈태(奪胎)와 환골(換骨)을 해 왔다.

하지만 이런 산성의 복원에는 극명하게 서로 다른 평가가 있다.

계속 무너져 가는 산성을 그대로 둘 경우 완전히 붕괴되기 때문에 보수를 겸한 복원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찬성하는 쪽의 주장이라면, 현대에 새로 성을 쌓는 것은 비록 정밀한 발굴 조사를 거친 후 실시하는 사업이라 할지라도 원 재료를 거의 다시 사용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재료의 진정성 상실을 비롯해 역사의 흔적을 지워버리는 일이기 때문에 복원이 아니라 재현이고 심지어는 원형의 훼손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 반대하는 쪽의 의견이다.

문화 유산에 관심이 많은 시민이나, 호고주의자(好古主義者)는 당연히 후자 쪽에 동조하는 경향이 뚜렷했지만, 울창한 숲을 지나 갑자기 눈앞에 확 드러나는 웅장한 성벽과 그 위에서 시원한 조망에 감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고, 그런 의견이 복원에 힘을 실어 결과적으로 많은 산성들이 복원된 것이라 여겨진다.

한동안 전면 복원이 대세였던 산성의 복원 사업의 흐름이 변화를 맞아 이제는 전면 복원을 지양하고 있는 추세다.

남겨진 성벽의 보수를 최소화하고 감춰진 성벽은 좀 더 정밀한 조사를 실시한 뒤 복원 여부를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다.

전체를 드러내지 않지만 성벽 전체를 훼손시킨다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고, 산성의 존재를 뚜렷하게 인식시켜 줄 수 있으며, 드러나지 않는 부분은 관람객 각자의 상상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복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방법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기사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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