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후 매년 점검 완료 발표만…침수 원인 대부분 사전에 파악 지적도

▲ 30일 새벽 시간당 최대 80mm의 비가 내린 대전에서는 각종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면서 행정 무능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미 수년전부터 사전에 점검 완료했다는 시의 발표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번 비로 보문산에서 토사가 유출된 도로를 지나는 차량이 서행하고 있다.

[ 시티저널 허송빈 기자 ] 올 여름 기습 폭우에 대전 지역 곳곳이 침수되면서 행정 무능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8년 이후 매년 국가 안전 대 진단과 장마와 집중 호우 등 우기 대비 사전 안전 점검을 완료했다는 시의 발표는 양치기 소년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30일 새벽 시간당 최대 80mm의 비가 내린 대전에서는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 2개 동이 침수돼 1명이 사망하는 인명 사고가 발생하고, 대전역·원동·인동 지하 차도 등과 하상 도로가 물에 잠겨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등 인적·물적 피해를 입었다.

30일 허태정 대전시장의 수해 상황 브리핑에서는 이번 비 피해 원인을 사실상 내린 비에 돌리는 어처구니 없는 행정의 단면을 나타냈다.

허 시장은 브리핑에서 "주요 피해 원인은 이날 오전 4시 10분부터 시간당 최대 79mm가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리고, 일부 지역의 배수 시설 처리 용량 한계로 침수 등 피해가 발생했다"고 집중 호우와 배수 용량 한계를 침수 원인으로 꼽았다.

박월훈 시민안전실장 역시 "저지대에 위치한 코스모스 아파트 2개 동이 물에 잠겼다. 배수 용량 부족과 외부에서 흘러 들어온 우수량을 감당할 수 없어 침수됐다"며 침수 원인을 내린 비로 돌렸다.

이 같은 허 시장과 박 실장의 침수 원인 분석은 이미 사전에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우선 이달 7일 시는 일시적인 집중 폭우에 따른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지하 공동구와 지하 차도 배수 펌프장, 하상 도로와 하상 주차장 등의 사전 점검을 진행해 완료했다고 밝혔지만 호우 피해 예방은 커녕 어디를 어떻게 점검했는지 의아스러울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다.

2018년 8월 28일 새벽 내내 140mm의 비가 내린 대전 곳곳에서 도로와 지하 차도가 침수됐다.

당시 지역 4개 지하 차도에서는 시간당 배수 용량 3~4톤인 75마력 펌프 3대를 가동했지만, 침수를 막지 못한 전력이 있다.

당시에도 배수 용량을 늘리고 개선하겠다고 시에서 발표했지만, 이번 비에도 지하 차도의 침수는 여전했다.

매년 실시하고 있는 국가 안전 대 진단, 우기를 앞두고 진행하는 사전 점검을 시와 자치구 등에서 형식적으로 진행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사전에 예고된 휴가라고, 이를 강행한 허 시장의 사과는 없었다.

허 시장은 브리핑 끝에 "시민에게 송구한 마음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말로 고개를 숙였지만, 재난 안전 대책 본부장으로 호우 특보 속 반나절 휴가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당초 허 시장의 휴가는 이번 주말을 포함해 5일에 이른다.

반면 서구 의회는 전국 관광 일주라는 비난을 산 국내 타 도시 벤치 마킹을 위한 현장 방문을 30일 오전 취소했다. 이 역시 사전에 예고한 의원 연수였다.

이번 폭우로 1명이 사명하고 1명이 경상을 입는 인적 피해와 함께 공공 청사와 하천, 도로 침수 등 물적 피해 462건, 농경지 침수 면적 38.2ha에 이른다.

저작권자 © 시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